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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기획) <어려운 정치용어, 변화가 필요해...>-3 전문가가 바라 본 정치용어 - 서정화, 이강진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19. 9. 16.

(기획기사)


<어려운 정치용어, 변화가 필요해...>-3

전문가가 바라 본 정치용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6기 서정화 기자

dimllllight@naver.com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6기 이강진 기자

rkdwls1348@naver.com


어머니, 아버지께서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사용해야 

 한글문화연대 이건범 대표(이하 이 대표)는 어려운 정치용어와 국민이 정치에 무관심한 것에 대해 “정치 무관심이 언어 때문만은 아니다. 하지만 정치용어가 어려워서 관심 갖기 쉽지 않은 것도 맞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예를 들면 국토교통부가 설명하는 ‘플랫폼 택시’, ‘모빌리티 업체’라는 택시 관련 용어는 그 분야에서 일하는 택시 기사들은 본인과 관련이 있으니 알아들으려고 애쓴다. 그러나 다른 업종에서 살아가는 사람, 학생, 노인 등은 굳이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에 관심을 쏟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지역사회통합돌봄을 ‘커뮤니티케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돌봄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알아듣지 못하고 자기 권리를 챙기지 못하니 그 정책의 장단점도 판단하기 힘들다.”라며 “정치에 관심이 있는 사람도 어려운 용어 앞에선 고개를 돌리게 된다. 무관심한 사람은 더욱 무관심해질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한글문화연대가 어려운 정치용어를 발견하면 어떤 활동을 하는지에 대해서 이 대표는 “우선 그 용어를 사용한 기관의 책임자들에게 쉬운 말로 고쳐 달라는 공문을 보낸다.”라고 밝혔다. 공문의 내용은 “국민을 위해 일하면서 국민이 알아듣지 못하는 말을 쓰면 안 된다.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 알아듣지 못하는 말을 만들면 그 말을 또 설명해야 하는데, 오히려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모된다는 등의 말을 전한다.”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세종대왕께서 어리석은 백성들이 제 뜻을 쉽게 펴지 못해 한글을 창제하셨다.”라며 “현대의 정치인들은 군림하는 사람이 아니라 국민의 대표자로 국회에 있는 사람이다. 국민이 알아듣지 못할 말을 쓰는 건 옳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덧붙여 “국민과 소통하기 힘들어지면 추진하려는 정치 활동 효과가 좋지 않을 수도 있다. 정치인들은 항상 우리 어머니, 아버지께서 알아들으실까 생각해본 후 말하고 글을 써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적극적인 관심 또한 중요

 인하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장영덕 교수는 “정치용어들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실제 정치에 참여할 때 접하는 용어들은 학술적이고 이론적인 내용들보다는 범위가 넓지 않다.”라며 “정치에 관심을 둔다면 자연스럽게 접하고, 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사람들이 정치에 무관심하기 때문에 정치용어를 낯설어 하고 어려워한다고 생각한다. 정치는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다. 우리의 리그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정치는 어렵다. 정치용어가 어려워서일 수도 있고, 정치 자체가 복잡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정치에 관심이 부족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라며 “하지만 용어가 어렵다고 해서 정치에 무관심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무관심하기 때문에 정치용어가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정치는 관심을 가지고 말고 하는 선택의 대상이라기보다 우리의 삶과 직결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옳다. 정치를 삶의 일부로 여긴다면 모든 정치용어를 다 이해할 수는 없어도 최소한의 용어들은 아주 어렵게 느끼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우리말로 쉽게 풀어쓰기, 언론도 노력 중

 경향신문 최미랑 기자는 “속보가 뜨고 나서 제목에 나오는 정치용어가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를 땐 참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라며 “어떤 단어는 법적 용어로 반드시 써야 뜻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어서 다른 말로 풀거나 대체할 수 없다. 그럴 때는 괄호 안에라도 뜻을 풀어써서 독자가 이해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속보 경쟁을 하면서 이 과정을 생략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라고 언론이 어려운 정치용어를 사용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리고 기사에 어려운 말을 실어야 할 때 “교열팀이 단어 선택에 대한 지침을 주기도 한다.”라며 “최근 '화이트리스트'를 반드시 '수출심사 우대국가'로 풀어쓰거나 괄호 처리를 하라는 알림을 교열팀에서 보내기도 했다. 우리말로 쉽게 풀어써도 되는 부분은 가급적 풀어쓸 것을 편집국에서도 권장한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기사에 쓰는 용어 전반에 대해 “기사 작성의 기본 자료인 판결문, 보도자료, 공문 등에 난해한 단어가 많고 보고서 투의 문장도 많다.기사를 쓸 때 영향을 받지 않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어려운 정치용어를 순화하는 작업 필요해

 ‘정치 무관심’의 원인을 ‘어려운 정치용어’에서만 찾을 수는 없다. 정치인들의 공격적이고 이기적인 행보와, 국민의 의견이 정책에 반영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 저하, 정치교육의 부재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하지만 정치에 관심을 가져보려는 사람들을 가로막는 어려운 용어는 줄여야 한다. 어려운 정치용어는 정치 무관심을 일으키는 다른 원인들보다 비교적 쉽게 개선될 수 있다. 실제로 2010년에는 공공기관을 시작으로 ‘정치’, ‘금융’, ‘건설’, ‘전철’, ‘행정’ 등 41개 분야의 단어를 순화하는 작업을 하였다. 예를 들어 ‘다방매체’는 ‘여러 매체’로, ‘바로미터’는 ‘잣대, 척도, 지표’로, 그리고 ‘인낙조서’는 ‘인정 조서’로 순화하였다. 이처럼 어려운 한자 용어들을 바꿔 쓰면 단번에 뜻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영어와 한자어로 정치용어가 새로 만들어지거나 유입되는데, 국민이 이해하기 어려운 이런 용어들을 쉬운 말로 바꾸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 ‘패스트트랙’은 ‘안건신속처리제도’로, ‘필리버스터’는 ‘합법적의사진행방해’, ‘국민소환제’는 ‘국민직접파면제’ 그리고 ‘야경국가’는 ‘최소역할국가’로 쓸 수 있지 않을까? 정치용어를 순화하는 일이 국민이 정치에서 멀어지지 않게 하는 중요한 방법이라는 사실을 정부, 국회의원, 공공기관, 언론사들은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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