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투스 이어폰 설명서, 이해하는 데 문제없나요?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6기 이강진 기자
블루투스 이어폰 시장이 호황기를 맞았다. 길거리에서도 여러가지 블루투스 이어폰을 사람들 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블루투스 이어폰이란 블루투스 기능을 지원하는 스마트폰, 컴퓨터, 노트북에 연결하여 음악 감상, 통화 등을 할 수 있는 무선 이어폰을 뜻한다. 기존 유선 이어폰의 잦은 선 꼬임 현상이나, 제한적인 사용 범위로 불편함을 겪었던 사용자들에게 격렬한 환영을 받고 있다. 누리소통망에는 블루투스 이어폰을 사용한 뒤 삶의 질이 달라졌다는 ‘간증’이 넘쳐난다.
▲ 애플사의 블루투스 이어폰, ‘에어팟2’ (사진=애플 공식 홈페이지에서 캡처)
무늬만 한글, 읽어도 이해할 수 없어
좋은 후기에 이끌려 블루투스 이어폰을 구입하기로 결정했다면 꼼꼼한 사전 조사는 필수다. 하지만 블루투스 이어폰에 대해 검색하다 보면 적잖이 당황하게 된다.
“S사 커널형 이어폰은 번들에 세 가지 사이즈의 이어팁과 윙팁이 포함돼 있어 와이어리스 이어폰을 탈락 없이 안정감 있게 착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탭 시스템을 통해 스마트폰을 직접 터치하지 않고도 음악재생과 볼륨조절이 가능합니다. 그에 반해 A사의 이어폰은 오픈형이기 때문에 가볍게 착용하실 수 있고, 패시브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추가돼 오픈형의 단점을 보완하였습니다….”
분명 한글로 적혀있긴 하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들이 쉴 새 없이 등장한다. 인터넷 어학사전을 통해 이 용어를 알아보았다. 우선 커널형, 오픈형이라는 말은 이어폰의 모양을 가리키는 말이다. ‘커널(Canal)’은 관 또는 수로를 뜻하는데, 바깥귀의 길을 뜻한다. 커널형이란 귀에 닿은 이어폰의 끝부분을 부드러운 실리콘 재질로 씌워서 귓구멍에 딱 맞게 착용할 수 있는 형태이다. 오픈형은 커널형에 대응되는 형태로, 귓구멍에 살짝 걸쳐두는 모양이다. 소음 차단 능력은 조금 떨어지지만, 커널형 이어폰의 답답함이나 이물감을 싫어하는 사용자가 선호한다. ‘탭 시스템’은 이어폰을 가볍게 두드려 재생, 일시정지, 볼륨 조절 등을 할 수 있는 기능이고, ‘패시브 노이즈 캔슬레이션’이란 2개의 마이크의 시간 차이를 이용해 소음을 없애는 방식을 뜻한다. 이처럼 블루투스 이어폰을 구매하려면 여러 번 그 뜻을 찾아봐야 하는 번거로움이 무척 크다. 무늬만 한글이고 그 속은 외국어로 가득 찼기 때문이다.
외국어 범벅 용어, 우리말 순화 필요해
이어폰은 우리말로 바꿀 수 없는 외래어다. 이어폰처럼 우리말로 대체할 수 없는 외래어는 사용해도 되지만, 우리말로 충분히 바꿀 수 있는 외국어는 바꿔야 한다.
현재 사용하는 용어 |
순화어 |
커널형 |
귓속형 |
오픈형 |
걸침형 |
탭시스템 |
톡톡기능 |
패시브 노이즈 캔슬링 |
시간차 소음 차단 기능 |
이어팁 |
고무덮개 |
외국어 낱말의 뜻을 우리말로 바꿔보면 이해하기 쉬운 순화어가 된다. 커널형은 ‘귓속형’, 오픈형은 ‘걸침형’, 탭 시스템은 ‘tap’이라는 단어의 뜻이 ‘톡톡 두드리다’는 것에 착안하여 ‘톡톡기능’, ‘패시브 노이즈 캔슬링은 ‘시간차 소음 차단 기능’ 그리고 이어팁은 ‘고무 덮개’ 등으로 바꿔볼 수 있지는 않을까?
기존의 단어보다 우리말로 바꾼 단어의 음절이 많아져 언어의 경제성을 떨어뜨리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물건의 이름으로 바로 알 수 없어 검색해야 하는 시간을 따져 본다면, 무엇이 더 경제적인지 알 수 있다. 블루투스 이어폰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블루투스 이어폰 제조사들은 외국어 남용에 대해서 돌이켜보는 시간을 가지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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