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벌써 2016년에 헌법재판소에서도 한자를 교육하거나 표기하자고 주장하시는 분들이 공문서 한글전용에 대해서 위헌이라고 심판을 청구한 적이 있었는데, 헌법재판소에서 그것은 전혀 그렇지 않다. 그리고 한자어를 반드시 한자로 표기해야만 뜻을 알 수 있다거나 이런 것은 아니다라는 식의 판시를 하셨는데요. 사실 초등 교과서에 아이들이 한자를 꼭 표기해야만 아이들이 한자어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은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도 인터넷에서 매일매일 뉴스 기사 같은 것을 보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해서 한자가 거기에 적혀있지 않다고 해서 그 낱말이 한자로 어떻게 적는 것인지 모른다고 해서 그 낱말 뜻을 모르는 것은 아니거든요. 제가 보기에는 불필요하고, 아이들에게 지나치게 학습부담을 주기 때문에 초등 교과서에 그럴 필요는 전혀 없다고 보는 거죠.
▷ 그런데 현재 초등학교 교과서에 이미 한자가 일부 들어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 한 15개 정도로 제가 알고 있는데요. 초등 교과서의 어휘 수를 따지면 중복된 것들까지 다 빼고 1만 3천 개 정도의 어휘가 나올 겁니다. 그 중에 15개 정도 아주 소수이죠. 원래 스물 몇 개가 들어가 있었더라고요. 그런데 저희가 보니까 정말 불필요하고 쓸데없는 그런 것들이라서 넣지 말라고 요청을 해서 그것을 뺀 것이죠.
▷ 교육부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에 한자교육 활성화 차원에서 한자병기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발표를 했었습니다. 한자병기를 통해서 한자교육을 활성화 하겠다는 발표, 당시에 어떻게 받아들이셨나요?
▶ 교육목표가 뒤집히는 꼴인데요. 우리 교육목표가 한자교육은 아니지 않습니까? 1960년대 중후반에 국한문 혼용으로 교과서가 나온 적이 있었어요. 그 때 수업이 잘 안 되는 거죠. 왜냐하면 한자 가르치느라고 시간을 다 보내니까. 사실은 우리가 학교에 초등학생들이 교과서를 통해서 배우고자 하는 게 한자가 아닐 텐데, 교과서를 마치 한자 교재로 활용하는 듯한 본말이 뒤바뀐 그런 정책이었던 걸로 저는 평가합니다.
▷ 그럼 그때 한자병기 정책에 반대하는 의견을 교육부에 전달도 하셨었나요?
▶ 그랬었죠. 저희가 의견을 전달했을 뿐만 아니라 공청회에서도 근거가 없다. 왜 한자교육을 강화하려고 하는 건지 요즘 시대에 그것도 일단 교육부에서 분명하게 제시하지를 못했고, 한자를 표기했을 때 어떤 효과가 날 것인가에 대해서도 전혀 검증된 바가 없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서도 저희가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전달하고, 그뒤에 또 여러 가지 연구를 통해서 그 결과를 제시했었습니다. 그 가운데 아까 말씀드렸던 헌법재판소의 판결도 그런 결과라고 볼 수 있겠죠.
▷ 한자병기 정책 찬성하는 분들은 "우리 말에 한자가 많이 쓰인다. 한자를 병기하면 아이들의 사고력과 언어능력을 키울 수 있다. 한자병기가 시험에 포함되는 것은 아니라서 아이들의 학습부담도 없다" 이렇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우리 말에 한자어가 많은 것은 맞죠. 한 50% 정도의 한자어들이 사전에 올라가 있으니까. 그렇다고 해서 다 그 말들을 쓰고 사는 건 아닙니다. 그렇지만 한자어 가운데는 한자 뜻으로 닿을 수 있는 한자어가 있고 아닌 것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분들은 한자를 강조하시는 분들은 저를 비난할텐데, 이때 비난한다고 비난은 아닐 비(非)에 어려울 난(難)이예요. 저를 욕한다는 뜻인데, 아닐 비에 어려울 난이거든요. 어렵지 않다는 뜻이에요. 이런 식의 한자어가 상당히 많고. 요즘 개헌 문제 나오지 않습니까? 헌법인데, 헌법은 법 헌(憲)자에 법 법(法)자예요. 그러면 법이라는 뜻밖에 없는 건데, 이것은 한자의 음과 훈이 같은 거죠. 계속 순환 반복되기만 하는 것이거든요. 동어반복. 그래서 사실은 한자를 가지고 한자 낱말 뜻에 그렇게 접근할 수 있는 한자어가 저희가 조사를 해보니까 한 30%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런 한자를 가지고 한자어를 이해하게 하겠다? 이것은 사실은 잘못된 전략인 거죠. 낱말 이해라는 것은 아이들이 낱말이 갖고 있는 일상 생활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맥락을 아이들이 체험을 통해서 그리고 사용하면서 그렇게 익히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아이들의 사고력이나 어휘력을 키워주려면 다양한 독서 그리고 토론활동, 말하기, 쓰기 이런 활동이 훨씬 더 중요한 거죠. 한자를 넣는다고 해서 사고력이나 어휘력이 높아진다? 이것은 제가 보기에는 너무 단순한 논리 아닌가 생각합니다.
▷ 그랬던 교육부가 지난해 12월 27일 교과서에 실을 수 있는 한자를 담은 편수지침을 발표했는데, 여기에서 초등용 한자가 싹 빠졌습니다. 이것을 발표를 보고 아신 건가요?
▶ 그렇죠. 원래 초등 한자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었는데, 그동안은 중고교용 기출한자 1800자, 아마 성인들도 다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원래 교과서 편수지침에 들어있었던 것이죠. 그것 외에 특별히 다른 초등용 한자를 표시한다든가 이런 것은 편수지침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죠. 그래서 정책이 바뀌지 않는 것이구나라는 것을 확인을 했습니다.
▷ 일단 한자병기 정책 폐기자체는 환영하시는 것이잖아요.
▶ 환영하죠. 이것은 정말 잘못된 정책이었습니다.
▷ 그런데 이렇게 찬반 논란이 있었던 정책인데, 정부가 이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거나 알리지는 않았거든요. 어떻게 보세요?
▶ 아쉬워요. 안타깝고 재작년 2016년 말에 이런 정책을 하겠다고 마지막 발표를 한 다음에 17년 초에 저희가 교육부 차관과 면담도 하고 하면서 이런 정책이 상당히 문제가 많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말씀을 드렸고, 당시에 차관님이나 정책 담당하시는 분들도 문제가 많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강행하지 않겠다는 그런 의견을 보이셨거든요. 아마 그런 것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서 이런 요구가 정당하다는 것을 확인하고서 아마 그렇게 한 것 같은데 공식적으로 밝히는 게 저는 필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 정책 자체는 환영하더라도 과정과 결과를 설명했어야 한다고 보시는 거죠.
▶ 그렇죠. 왜냐하면 2014년에 이 정책을 도입하겠다는 얘기가 나온 다음부터 한자 사교육이 말도 못하게 다시 성황을 이뤘거든요. 저희 사무실에도 학부모들한테 연락이 오고 했었어요. 이게 어떻게 되는 거냐. 우리 애도 한자교육을 시켜야 되는 것이냐. 이런 질문이 들어오고 했는데, 그만큼 지금도 아직 사태를 정확하게 모르고 있는 학부모들 가운데에는 한자가 교과서에 나온다. 이러면 한자를 모르면 교과서에 나오는 낱말 뜻을 이해를 못하겠다. 이런 식의 잘못된 신호를 받게 된다는 거죠. 그런 걱정 때문에 아이들을 한자 학습지니 과외니 사교육으로 내몰고 있을 그런 분들이 있을 수 있거든요. 그런 점에서 공식적으로 논란의 소지는 분명히 있습니다. 논쟁은 분명히 필요한 것이고요. 그래서 정확하게 알려야 할 의무가 정부에 있었던 거죠.
▷ 끝으로 한글의 가장 큰 장점과 매력, 한 단어로 어떤 걸 꼽으시겠습니까?
▶ 과학성이죠. 문자로서는 표기의 과학성을 지닌 문자가 없기 때문에 우리가 쉽게 한글을 익힐 수 있고, 읽을 수 있고, 그걸 사용해서 자기 생각을 밝히는 게 쉬운 것이죠. 과학적으로 봐서는 빛나는 보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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