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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아, 그 말이 그렇구나(성기지)

미어지다, 엇걸리다

by 한글문화연대 2017. 8. 3.

[아, 그 말이 그렇구나-196] 성기지 운영위원

 

자식을 잃은 부모 마음은 어떠한 말로도 나타내기 힘들다. “슬픔으로 가슴이 메어진다.”라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이 말은 “슬픔으로 가슴이 미어진다.”라고 해야 올바르다. ‘뭔가가 가득 차서 터질 듯하다’는 뜻의 말은 ‘메어지다’가 아니라 ‘미어지다’이다. 따라서 슬픔이나 고통이 가득 차서 가슴이 터질 것 같을 때에는 “가슴이 미어진다.”와 같이 ‘미어지다’를 써야 함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메어지다’는 어떤 뜻으로 쓰일까? 이 말은 ‘메다’에 ‘-어지다’가 붙은 말로 분석할 수 있는데, ‘메다’는 “목이 메다”처럼 “어떤 감정이 북받쳐 목소리가 잘 나지 않다.”는 뜻으로 쓰는 말이다. 따라서 ‘메어지다’라고 하면 ‘감정이 북받쳐 목소리가 잘 나지 않게 된다’는 뜻임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이러한 경우에도 “목이 메어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와 같이 ‘메어지다’보다는 ‘메다’를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메어지다’와 ‘미어지다’처럼 작은 발음 차이로 쓰임이 달라지는 말들 가운데 ‘엇갈리다’와 ‘엇걸리다’가 있다. 가령, “팔을 엇갈리게 마주 잡으세요.”라는 말에서는 ‘엇갈리게’가 아니라, ‘엇걸리게’라고 표현해야 한다. ‘팔, 다리 따위가 이리저리 서로 겹쳐 놓이거나 걸리다’를 뜻하는 말은 ‘엇갈리다’가 아닌 ‘엇걸리다’이기 때문이다. “훈련병들의 총이 길가에 엇걸려 놓여 있다.”에서도 ‘엇걸리다’를 써야 한다. 이에 비해 ‘엇갈리다’는 ‘서로 어긋나서 만나지 못하다’라든지, “그와 의견이 엇갈렸다.”처럼 ‘생각이나 주장 따위가 일치하지 않다’는 뜻으로 쓰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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