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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아, 그 말이 그렇구나(성기지)361

순찰을 돌다? [아, 그 말이 그렇구나-208] 성기지 운영위원 “경비원이 순찰을 돌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올바른 표현일까? ‘순찰’은 “돌아다니면서 살펴본다.”는 뜻의 말이므로, ‘순찰을 돈다’는 표현은 필요 없이 겹말을 쓴 사례가 된다. 이 말은 “순찰을 하였다.”로 고쳐 쓰는 것이 옳다. “경찰이 두 시간마다 순찰을 돌고 있다.”라는 문장을 바르게 고쳐 보면, “경찰이 두 시간마다 순찰을 하고 있다.”가 된다. 이렇게 필요하지 않은 군더더기를 붙여 겹말을 쓰는 사례는 우리 주변에 무척 많다. “북한 핵 개발에 대한 제재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기사문에도 군살이 들어 있다. ‘반드시 필요하다’에서 ‘필요’란 말이 “꼭 소용되는”이란 뜻을 나타내므로 그 앞에 ‘반드시’ 하는 표현은 군살로 붙은 말이다. .. 2017. 11. 2.
무동 태우다 [아, 그 말이 그렇구나-207] 성기지 운영위원 ‘무동 태우다’는 말은 본래 사당패의 놀이에서 나온 말이다. 여장을 한 사내아이가 사람 어깨 위에 올라서서 아랫사람이 춤추는 대로 따라 추는 놀이가 있었는데, 이때 어깨 위에 올라선 아이를 ‘무동(舞童)’이라고 한 데서 나왔다고 한다. 이 말이 번져서, 어깨 위에 사람을 올려 태우는 것을 ‘무동 태우다’라고 하게 되었다. ‘무동’은 한자말이고, 순 우리말로는 목 뒤로 말을 태우듯이 한다고 해서 생겨난 ‘목말 태우다’라는 말이 있다. “도무지 알 수 없다.”라 할 때의 ‘도무지’란 말은, 대원군 시대에 행해지던 형벌에서 생겨난 말이라고 한다. 포도청의 형졸들이 죄수에게 사형을 집행할 때에, 백지 한 장을 죄수의 얼굴에 붙이고 물을 뿌리면 죄수의 숨이 막혀 .. 2017. 10. 25.
즐겁고도 기쁜 날 [아, 그 말이 그렇구나-206] 성기지 운영위원 우리는 흔히 “즐겁고도 기쁜 주말”, “사랑은 즐겁고도 기쁜 것” 들처럼 말하고 있다. 이 말을 들으면 분명히 ‘즐겁다’와 ‘기쁘다’는 다른 낱말이다. 그런데 사전에서 찾아보면, ‘즐겁다’는 “마음에 거슬림이 없이 흐뭇하고 기쁘다.”로 나와 있고, ‘기쁘다’는 “욕구가 충족되어 마음이 흐뭇하고 흡족하다.”로 풀이되어 있다(). 도무지 이 풀이들만 가지고는 두 낱말의 차이를 쉽게 알 수 없다. 하지만 두 낱말의 쓰임새는 일상생활에서 뚜렷하게 구별되고 있다. 가령, “직장인들에게 10월은 휴일이 많아 즐거운 달이다.”를 “직장인들에게 10월은 휴일이 많아 기쁜 달이다.”라고 하면 매우 어색해진다. 반면에, “아이가 뜻밖의 선물에 언뜻 기쁜 표정을 지었다.”를.. 2017. 10. 19.
아람과 아름 [아, 그 말이 그렇구나-205] 성기지 운영위원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더니 중부 지방에는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내렸다. 이제 온전한 가을이 되었다. 가을은 우리 농촌에서 여름 내내 가꾸어 온 땀의 결실을 거둬들이는 시기다. ‘추수하다’를 순 우리말로 ‘가실하다’, 또는 ‘가슬하다’고 하는데, 이것은 거둬들인다는 뜻이다. 여기서 ‘가슬’이 시옷 소리가 약화되어 ‘가을’이 되었고, 이는 곧 추수하는 계절을 가리키는 낱말로 굳어졌다. 가을과 잘 어울리는 우리말 가운데 ‘아람’이란 말이 있다. 초등학생들이 주축이 되는 공동체 가운데도 보이스카우트와 비슷한 ‘아람단’이란 단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밤이나 도토리가 완전히 익게 되면 저절로 벌어져서 떨어질 정도가 되는데, 이것을 아람이라고 한다. 그러.. 2017. 10. 12.
갯벌과 개펄 [아, 그 말이 그렇구나-204] 성기지 운영위원 밀물과 썰물을 흔히 ‘조석’이나 ‘조수’라 하고, “조수가 밀려든다.”처럼 말하고 있지만, 밀물과 썰물은 우리말로 ‘미세기’라 한다. 그리고 이 미세기가 드나드는 곳을 우리말로 ‘개’라 한다. 지금은 ‘개’를 한자말 ‘포’로 바꾸어 땅이름으로 쓰고 있지만, 본디 ‘목포’는 ‘목개’였고, ‘무창포’나 ‘삼포’ 등도 ‘무창개, 삼개’로 불리었다. 비록 땅이름의 ‘개’는 ‘포’에 밀려났지만, 그렇다고 ‘개’란 말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때때로 간척 사업이 언론에 오르내릴 때 접하게 되는 낱말이 바로 ‘개펄’과 ‘갯벌’이다. 이 말들에 ‘개’가 들어있다. 이 두 말이 되살아나 쓰이게 된 것은 반가운 일인데, 두 낱말이 잘 구별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 2017. 9. 28.
가족과 식구 [아, 그 말이 그렇구나-203] 성기지 운영위원 한가위가 사이에 낀 기나긴 연휴가 다가오고 있다. 직장인이라면 무척 설레는 때이다. 나라 밖으로 또는 나라 안으로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이 많을 테지만, 더러는 가족과 함께 모처럼 만의 휴식을 꿈꾸는 이들도 있겠다. 그런데 ‘가족’과 ‘식구’는 어떻게 다를까? 일상생활에서 이 두 낱말은 거의 구분 없이 쓰이기 때문에, 그 뜻 차이를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 ‘가족’은 한 집안의 친족, 곧 어버이와 자식, 부부 따위의 혈연관계로 맺어져 한 집안을 이루는 사람들을 의미하는 말이다. 몇 십 년 동안 멀리 떨어져 살더라도 혈연관계에 있으면 모두 가족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해서 ‘식구’는 한 집안에서 함께 살며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말이다. 예를 들어.. 2017. 9. 21.
‘이력’과 ‘노총’ [아, 그 말이 그렇구나-202] 성기지 운영위원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며 여행자의 계절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취업 철이 시작되는 때이기도 하다. 마지막 학기를 보내며 많은 젊은이들이 사회의 문을 두드리는 계절이다. 취업을 위한 첫 준비가 바로 이력서를 쓰는 것이다. ‘이력’은 자기가 겪어 지내온 학업과 경력의 발자취이고, ‘이력서’는 이 이력을 적은 서류를 가리킨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한자말 ‘이력’ 말고 순 우리말 가운데도 ‘이력’이 있다. 순 우리말 ‘이력’은 “많이 겪어 보아서 얻게 된 슬기”를 뜻한다. 가령, “이젠 이 장사에도 웬만큼 이력이 생겼다.”와 같이 어떤 일에 ‘이력이 나다’, ‘이력이 붙다’처럼 사용하는 말이다. 이럴 때 쓰는 ‘이력’과 한자말 ‘이력’은 전혀 다른 말이.. 2017. 9. 13.
허겁지겁과 헝겁지겁 [아, 그 말이 그렇구나-201] 성기지 운영위원 우리나라 축구 대표 팀이 마침내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 올랐다. 아홉 차례나 끊이지 않고 본선에 올랐으니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예전에 동네 축구를 할 때 보면, 공을 차다가 운동화가 벗어져 공과 함께 날아가는 일이 흔했다. 이때 “신발 한 짝이 벗어졌다.”고 하는데, 사실 이 말은 바른 표현이라고 볼 수 없다. ‘신발’이라고 할 때, ‘발’은 ‘손발’이라고 할 때의 그 ‘발’이 아니라, ‘벌’이라는 뜻이다. 옷을 헤아릴 때 쓰는 ‘한 벌’, ‘두 벌’의 그 ‘벌’을 가리킨다. 곧 두 개가 하나로 짝을 이룬 것을 ‘벌’이라고 하는데, ‘신발’의 ‘발’은 이 ‘벌’이 소리가 바뀌어서 ‘발’로 굳어진 것이다. 그러니까 ‘신발’이라고 하면, 신의 한 벌, 즉 신.. 2017. 9. 6.
머드러기와 부스러기 [아, 그 말이 그렇구나-200] 성기지 운영위원 사과나 배 같은 과일을 살 때 아무래도 크고 싱싱하고 빛깔이 선명한 것을 고르게 된다. 이처럼 과일 가운데서도 비교적 크고 좋은 것을 순 우리말로 ‘머드러기’라고 한다. 생선을 고를 때에도 마찬가지로 가장 굵고 싱싱한 것을 ‘머드러기’라고 하는데, 이를 사람에 비유해서 여럿 가운데 가장 뛰어난 사람을 역시 ‘머드러기’라고 할 수 있다. 새 정부가 출범 100일을 지나면서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인사 문제만큼은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다. 각 부처별로 그 분야의 머드러기를 잘 골라 뽑았는지는 앞으로 몇 년 간 지켜보면 밝혀질 것이다. ‘머드러기’와는 반대로, 쓸 만한 것을 골라내고 남은 물건을 잘 알다시피 ‘부스러기’라고 한다. 이 말 역.. 2017. 8.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