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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아, 그 말이 그렇구나(성기지)

천정인가, 천장인가

by 한글문화연대 2017. 6. 21.

[아, 그 말이 그렇구나-190] 성기지 운영위원


 

물가가 안정되었다는 당국의 발표는 장바구니를 든 서민들에게는 언제나 공중에 뜬 허언이다. 특히 집값과 사교육비는 끝을 모르고 오르고 있다. 물가 인상폭이 큰 것을 두고 “물가가 천정부지로 올라간다.”고 한다. 이때의 천정부지는 ‘천정을 알지 못하고’라는 뜻으로 쓴 말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천정’은 ‘天井’[텐죠오]라는 일본말의 한자음이다. 우리말은 ‘천정’이 아니라 ‘천장’이라 해야 맞다. ‘천정부지’를 굳어진 말로 보아 국어사전에 올려놓기는 하였지만, 당장 ‘천장부지’로 옮기는 것이 어색하기 때문이라면 아예 우리말로 바꿔서 “물건 값이 천장을 모르고 올라간다.”고 쓰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집집마다 있는 ‘장롱’도 받아쓰기를 해보면 자주 틀리는 말이다. ‘장롱’의 ‘롱’을 ‘농’으로 잘못 쓰는 사례가 많다. ‘장’은 ‘옷장’이나 ‘이불장, 찬장, 책장’과 같이 물건을 넣어두는 가구를 통틀어 일컫는 말이고, 나무로 네모나게 만든 그릇을 ‘궤’라 하는데, 이 궤를 여러 층으로 포개 놓도록 된 옛날식 가구를 ‘농’이라 한다. 이 ‘장’과 ‘농’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 ‘장롱’인데, 이때 ‘농’의 표기가 ‘롱’으로 바뀌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


또, 자전거를 탈 때, 바퀴로부터 튀어 오르는 흙을 막기 위해 바퀴 위에 덮어 대는 장치를 흔히 ‘흙받이’라고 부르고 있다. 자동차 바퀴에도 이러한 장치가 있다. 그러나 표준말은 ‘흙받이’가 아니라 ‘흙받기’가 맞다. 쓰레기를 받아내는 기구가 ‘쓰레받이’가 아니라 ‘쓰레받기’인 것과 마찬가지 경우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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